영화 포레스트 검프 감독으로 유명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2025년 신작 'HERE'로 돌아왔다. 영화 히어는 리처드 맥과이어(Richard McGuire)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으며, 내용은 한 공간을 배경으로 시대를 넘나드는 방식이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전에도 호흡을 맞췄던 배우 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가 맡았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바로 영화에 AI기술을 사용하여 배우들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구현했다는 점이다. 요즘 영화 산업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찬반의 논란의 거세지만 이 영화에서의 기술 적용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한 곳에서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만큼 영화 자체가 매우 실험적인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물들의 삶의 변화, 시간에 따라 나이를 먹는 인간의 유한성, 공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공간의 영속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을 관객의 시점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철학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1. 'HERE'의 줄거리 – 한 공간에 담긴 시간
영화는 1900년대 초반의 한 가정집 거실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빈 방이 등장하지만, 곧바로 1920년대 가족들이 모여 있는 장면으로 바뀐다. 카메라는 계속해서 같은 공간을 비추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공간이 변하고 등장하는 인물들도 바뀐다. 주요 인물인 톰 행크스(톰 역)와 로빈 라이트(에밀리 역)는 이 공간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며 사랑을 나눈다. 1950년대, 두 사람은 젊은 시절 처음 만난다. 그들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하고, 같은 장소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1970년대, 톰은 직장 문제로 인해 집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에밀리는 홀로 이 공간을 지키게 된다. 1990년대에는 자녀들이 성장하여 떠나고, 집에는 다시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한 가정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살았던 이전 세대들의 이야기까지 포괄적으로 담아낸다.
과거로 돌아가 1800년대 후반, 이곳은 아직 사람이 살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땅이었다. 1900년대 초반에는 작은 오두막이 세워지고, 이후 현대적인 주택으로 변화해 왔다. 이 공간을 거쳐 간 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정이 중첩되면서, 'HERE'는 공간이 기억을 간직하는 방식에 대해 깊이 탐구한다.
2. 결말 – 시간은 흐르지만 공간은 남는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미래의 모습이 등장한다. 2050년대, 이 공간은 더 이상 가정집이 아니다. 기술이 발달하며 건물이 재건축되었고, 새로운 사람들이 이곳을 차지한다. 톰과 에밀리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그들이 남긴 기억은 공간 속에 스며들어 있다. 영화는 마지막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텅 빈 공간이 화면에 비치며, 시간이 흐른 뒤 또 다른 누군가가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결국 'HERE'는 영원한 존재가 아니라 순간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우리가 머물렀던 공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간다.
3. 'HERE' 작품 해석 – 공간과 시간의 철학적 의미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공간과 시간의 관계를 깊이 탐구한다. 우리는 보통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인간의 삶에 집중하지만, 'HERE'는 그 반대로 공간이 모든 변화를 목격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1) 공간은 기억을 품는다
영화는 특정 인물의 시점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같은 장소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는 사건들을 연결하며, 우리가 떠난 후에도 공간은 여전히 우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인생은 짧고, 공간은 남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 주인공인 톰과 에밀리의 이야기는 노년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게 된다. 하지만 계속 그 자리에 남아있는 공간은 두 사람이 아닌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런 장면은 인간의 삶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계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준다.
3) 새로운 기술의 접목
인물들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방대한 시간의 흐름을 담아야 하는 영화 특성상 감독은 AI 기술을 활용해 배우들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구현했다. 이 기술 덕분에 관객들은 배우들의 얼굴이 시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어색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마무리 – 'HERE'가 남긴 의미
영화 'HERE'는 단순한 드라마 장르의 영화가 아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공간이라고 하는 독특한 관점을 활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한계가 있는 인간의 존재와 반대로 기억은 계속된다는 지속성을 동시에 조명하는 연출을 보여줬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반대로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중요한 존재임을 관객들에게 일깨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장소에도 수많은 감정과 기억들이 책처럼 쌓여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